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국가 고자기장연구소 유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국가 차원의 중요 거대연구시설인 ‘국가 고(高)자기장연구소’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대 1조 원대 사업으로, 서울대 전력연구소와 공동 추진키로 해 최종 유치될 경우 미래 첨단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원, 울산, 대전, 청주 등 지자체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방사광가속기 유치 재도전에 나선 전남과의 교통정리와 논리개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시장은 2일 “방사광가속기, 중성자 산란 실험장치와 함께 현대 응집물질 물리 분야에서 3대 핵심 거대 연구시설의 하나인 고자기장(High Magnetic Field) 연구소를 광주에 유치하기로 하고, 행정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자기장은 자기장 세기가 ‘높음’을 의미하며, 고자기장 연구는 응집물질 물리와 양자물성, 초전도체 등 물성 연구 뿐만 아니라 생물학, 화학, 지구과학, 에너지, 생명과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와 산업에 폭넓게 활용되는 기초과학의 첨단 분야다.
지역 전략산업인 첨단의료와 에너지 신산업, 친환경차 등에 고자기장 연구결과를 접목시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게 광주시의 기본구상이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네델란드 등 과학 선진국들은 국가 고자기장 연구소를 일찌감치 구축해 기초과학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2012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의결한 ‘제2차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에 시급한 시설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국내에선 연구원과 대학 등에서 분산연구되면서 관련 기술이 집적화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전력연구소는 고자기장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지니고 있으며, 한승용 교수 연구팀은 2019년 미국 고자기장연구소와 함께 직류자기장 기술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무절연 고온 초전도자석 기술을 통해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자기장(직류자기장 45.5 테슬라 기록)을 보다 안전하게 발생시키고 자석크기와 무게를 100분의 1 이하로 줄이는 초소형화를 가능하게 했다.
예컨대, 현재 사용중인 MRI는 3테슬라 수준이고 미국 FDA가 승인한 최고 등급도 7테슬라 수준인데 비해 국내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45테슬라 이상의 임상용 MRI 개발이 가능하고 해상도 역시 기존보다 100배 이상 높아져 초기암이나 치매 등 혈관성 뇌질환 진단 등에 획기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반도체’로 국가와 지역 발전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험로도 예고된다.
당장 국내 기초과학 중심도시들과의 피말리는 경쟁이 예상된다. 원주 의료단지를 보유한 강원도를 비롯해 기초과학의 보고인 대전, 지난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한 청주, 생산거점 울산 등이 수면 위 경쟁도시들이다.
정부 공모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이 진행중이다.구체적인 공모 방침과 계획이 발표되고, 각 지역 정치권이 나서게 되면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재도전에 나선 전남과의 교통정리도 필요할 수 있다.
고자기장은 방사광가속기, 중성자산란과 더불어 응집물질 물리학 분야 국가 3대 핵심연구 거대시설이어서 한 뿌리를 외쳐온 광주와 전남이 각각 다른 연구시설 유치전에 뛰어들며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행정력과 정치력 분산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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