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심사숙고해야 한다. 경찰은 검찰인력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무려 14만여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찰이 되기는 검찰보다 훨씬 쉽다. 그래서 자연스레 경찰의 수준이 검찰수준보다 훨씬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전문적인 면에서 그렇다.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다. 자타가 주지하는 바다. 자아존중감 또한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을 경찰에게 무조건 줘버린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곰곰이 되씹어 볼 일이지 않은가.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고민이 많을 거라 믿는다. 특히 경찰업무의 대부분이 국민생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일제 강점기부터 하는 말이 있다. 파출소 앞만 지나가려해도 옴츠러든다고. 뭣을 반영하는가. 경찰이 끼친 그동안의 해악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일제 강점기의 경찰,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도 자유당시절 경찰의 부정적인 현상은 극에 달할 정도였다. 그 이후 현재까지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들 한다. 그 일례가 지난 5월27일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팀 형사 4명이 저지른 만행이다. 이들은 지나가던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인해 무조건 구타했다.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망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처음에서는 장기밀매조직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엄청 두려웠다고 한다. 경찰들이 가장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했기 때문이다. 미란다의 원칙만 적용했어도, 경찰 신분증을 제시만 했어도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복을 입고 달려들었느니 오죽이나 겁이 났겠는가. 경찰들은 범죄수사 영화도 보지 않는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 독립권을 갖는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생각 만해도 끔찍스런 생각이 든다. 때문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 구현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표출했던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박범계 정치·행정분과위원장도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경찰이 수사권을 받았을 때 권력남용,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막상 경찰수사권 독립을 시도했을 때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는 걱정들 아닌가. 그런데 이런 와중에 앞서 말한 성동경찰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솔로몬과 같은 지혜로 매우 적절한 방안을 강구해주길 바란다. 그렇지 못하면 아니함만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검찰에 그대로 수사권을 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검찰이 그동안 기소·수사권을 독점해서 수많은 부작용들을 표출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이외에도 대통령 직속 경호실 폐지 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바꾸는 것,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와 수사기능을 갖는 대공수사권도 경찰청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담당케 하는 것 그리고 공인탐정제 등 수없이 많다.
그야말로 인원은 물론 권한 면에서까지 엄청난 공룡이 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심사숙고를 거듭 또 거듭해야 할 것이다. 그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명심 또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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