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발품·끈기·과학수사’로 대학 성추행범 잡았다

추석 전날 홀로 대학에서 운동하던 여성을 추행하고 달아난 10대가 2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현장에서 실마리를 찾고 CCTV 300여 대의 녹화영상을 살핀 경찰의 끈질긴 수사와 과학적 분석 기법이 빛났다. 26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2시10분께 지역 모 대학교 운동장에서 A(19)씨가 20대 여성 B씨를 강제추행·폭행하고 달아났다.
북부서 여성청소년 수사1팀은 얼굴·목 등을 다친 B씨의 치료와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
이내 B씨로부터 “(A씨가)검정 계열 반팔·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휴대전화도 빼앗겼다”는 말을 들었다.
수사팀은 곧장 탐문에 나섰다. 수색 끝에 A씨가 대학 쪽문 쪽에 버린 B씨의 휴대전화도 찾았다.
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 대학 주변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아 CCTV 영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팀은 명절도 반납하고 A씨 행적 파악에 주력했다.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는 각오로 발품을 팔았다.
시민들도 명절 때 가게에 나와 CCTV 영상을 보여주며 경찰을 도왔다.
영상 분석 중 수사팀 천대중 경위와 국은혜 경사의 눈이 번뜩였다.
범행 직후 시간대 반팔·반바지를 입은 남성이 대학에서 2㎞ 떨어진 장례식장까지 전력 질주를 반복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사팀은 누군가에 쫓기듯 땀 흘리며 달리던 이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봤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으로 추정했다.
이내 시간과 싸움이 시작됐다. 용의자가 추적을 피하려고 2시간가량 전통시장·재개발 지역·골목을 뛰거나 거닐다 집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밤낮없이 관제센터를 비롯, CCTV 300여 대를 살폈다. 수사 열흘째 용의자가 범행 장소와 10여㎞ 거리인 모 아파트로 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치밀한 영상 분석 덕에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걸음걸이, 인상착의, 추정 나이대 등을 고려해 용의자 범위를 3명으로 좁힌 수사팀은 경찰청 과학수사계에 협조를 요청했다.
피해자 B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쪽지문(조각 지문)’ 분석 끝에 A씨를 특정했다. 발로 뛴 수사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수사팀은 체포영장으로 지난 25일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