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불교에서 최고의 공덕을 쌓은 사람은 윤회를 멈추고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생사生死는 윤회 때문에 쓰는 말이다.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또 태어나기 때문에 고통이다. 고집苦集이 윤회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순환 구조라면 멸도滅道는 깨달음을 통해 윤회를 끊는 구조다. 사람이 사는 방식이 고집苦集이라면 그것을 소멸하는 방식은 멸도滅道다. 윤회는 회전하는 방식의 불멸이다. 오직 열반만이 회전을 벗어난 온전한 불멸이다.
환생에 관한 불교식 사유는 20세기 들어와 서구에서도 실증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인간의 환생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미국 버지니아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로 재직했던 이안 스티븐슨(1918~2007)이다. 그는 전 세계에 산재되어 있는 환생의 사례를 수천 건이나 수집했을 뿐만 아니라 용의주도하게 철저히 검증했다. 그의 독자적인 검증방법은 전생을 기억한다고 하는 어린 아이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 아이들은 직전생의 시기나 거처가 이번 생의 그것과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아 검증이 가능했다. 이 아이들은 두세 살 때가 되어 말문이 터지면서 자신의 전생을 기억했다. 내가 살았던 전생의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스티븐슨 연구팀이 그곳을 찾아가 치밀하게 검증하면 그 아이가 말한대로 직전생의 가족이 살고 있는게 사실로 판명된다. 제임스 허스톤 주니어의 예가 대표적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미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이오지마 전투에서 일본군의 포탄을 맞고 추락해 사망했다. 그는 다시 미국에서 환생했던 것이다. 조사 당시 그의 나이는 여섯 살로 제임스 레이닝거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레이닝거는 불에 타서 죽는 악몽을 자주 꾸었는데, 이는 전생에 포탄을 맞아 불에 휩싸여 추락하는 전투기 안에 있던 자신을 기억 하는 것이었다.
과학적 증거만 신뢰했던 정신과 의사 브라이언 와이스 박사는 사람에게는 전생이 있으며, 환생을 거듭하면서 보다 나은 존재로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전생요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가 돌본 환자인 캐서린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녀는 전쟁 체험을 하게 되는데 그녀가 간 곳은 고대 이집트, 원시시대 동굴생활, 병으로 죽기도 하고 전쟁터에서 죽기도 하고 하녀로 살기도 하고 남자로 태어나기도 하는 등 88번의 생을 살았다고 한다.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캐서린은 전생에 겪었던 아픔들을 기억하면서 그녀의 증세는 치유가 되기 시작했다.
헬렌 웜백이라는 집단 최면 심리학자가 700명 넘는 사람들 통계를 내봤는데 환생 주기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200년, 평균 50년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인내와 기다림, 모든 것은 때가 되어야 이루어진다. 마음속의 공포의 뿌리를 뽑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속에서 실마리를 찾자. 더 이상 육체를 느끼지 않는 단계까지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사고가 창조되는 곳이다. 우리는 갚아야 할 빚이 있다. 그 빚을 갚지 못하면 또 다른 생애로 짊어지고 가서 갚아야 한다. 빚을 갚음으로써 진화한다. 육체상태에서 빚을 갚을 때 인생의 목적을 이루게 된다. 비로소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가 있다. 우리 자신의 삶에 책임이 있다.
죽음학 강의하는 정현채 교수는 말한다. “환생은 환상이 아니다. 죽음 후에 패자부활전이 기다리고 있다. 공수래공수거는 절반만 정답이다. 이 생의 것, 다음 생에 다시 온다.”
위 글은 <너무 늦기전에 들어야 할 인생 강의, 최준식, 김영사, 2021>,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 브라이언 와이스, 김철호 역, 정신세계사, 2021>, <이충걸 작가의 정현채 인터뷰, 한겨레, 202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