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광주시민에 10만원씩 ‘일상회복지원금’ 지급가능?

광주시가 단계별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전 시민에게 10만원씩 ‘일상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가 나름대로 고민끝에 내놓은 ‘일상회복지원금’은 1조원대 빚더미속에서, 그것도 선별지원이 아닌 전 시민에게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냐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75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공교롭게 최근 불거진 1조원 가까운 도시철도2호선 공사비 증액과 맞물려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설명절 전후 148만명 1인당 10만원씩, 1480억원 지급

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시의회 긴급 의원 총회 자리에서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금을 전 시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내년 예산 편성전에 의원들에게 사전 이해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750억원의 지방채 발행은 의회 동의 없이는 불가하기 때문이다.

시의 구상은 시민 147만 2000여명 전원에게 내년 설 전 후 1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하는 것으로 소요 예산은 1480억원 규모다. 재원은 지방세 세입에서 200억원과 재난기금 등에서 충당하고 5개 자치구에 10%씩을 분담시키는 한편 나머지 750억원에 대해서는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용훈 시 기획조정실장은 “지원금은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로 광주가 세계 최고우수 방역도시가 된 만큼 거둬들인 지방세를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측면이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의미도 크다. 인천시도 추진을 하고 있다”며 지원금 지급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악재’ 도시철도2호선 또 1조 가까운 공사비 증액 ‘난항 예고’

하지만, 지원금 지원을 놓고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교롭게 시가 시의회에 지원금 지급 운을 띄운 날 도시철도2호선 공사비가 1조 가까이 증가해 시의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는 언론보도는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의회 반재신의원에 따르면 도시철도2호선 공사비는 2010년 KDI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1조7394억원, 2016년 기획재정부 승인 당시에는 2조579억원, 2019년 기획재정부 공사 승인 시에는 2조1761억원으로 최초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당시보다 4367억원이 증액돼 착공됐으며 이후 착공 3년만에 9300억원이 더 증가했다.

광주시는 인건비 등 물가 상승과 법적 안정규정 강화에 따른 추가시설비, 지장물 발견에 따른 설계 변경 등으로 수 천억원의 추가 사업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현재 기획재정부와 내년도 예산안 증액을 조율중이지만 녹록치않다.

이를 놓고 지역사회가 시끌하다.

반 의원은 “자재비,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공사의 사업비가 일정 부분 증가할 수 있지만, 착공한 지 불과 3년 만에 사업비의 30%가 증가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시는 9300억원의 공사비가 추가된다면 시비로 약 3720억원의 추가 비용이 더 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의회와 아무런 협의나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도시철도 2호선 공사비는 정부 지원 60%, 시 부담 40%다. 사업비 9300억 원 추가에 따라 시비도 3720억 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며 “지난해 말 기준 광주시 부채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상태에서 2호선 공사비로 시비를 추가 투입하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750억 지방채 발행 동의 주체 광주시의회 반발… 지급 관건

광주시를 상대로 한 광주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원금 지급이 도마위에 올랐다.

김점기 시의원은 ‘일상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750억원 빚을 내는 것은 ‘하석상대(下石上臺)’,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신랄한 비판을 했다.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과 괘를 같이한다.

김 의원은 3일 일자리경제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750억의 빚을 내야만 가능한 ‘일상회복지원금’ 10만원 지급은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기다”면서 “결론적으로 시민들은 10만원을 지원받고 가구당 58만원의 부담을 해야 할 형편이 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재 시의 부채는 1조원이 넘어 시민 1인당 약 63만원, 1가구당 147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여기에 도시철도2호선 공사비 증액 9300억원 중 시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부분은 약 3720억원으로 1가구당 약 60만원의 세금이 부담된다”면서 “매년 준공영제 적자보전을 위해 시내버스 업체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재정지원하고 있다”며 빨간불이 켜진 시의 재정 상황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인한 일상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라면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피해가 심각한 소상공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옳다”면서 “도시철도2호선 추가공사비에 대해 시민들이 1가구당 58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조사항목에 포함해 10만원의 지원금 지급 여부에 대한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논평을 통해 “지방선거가 채 7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금 집권여당 현직 시장으로서 ‘선거를 염두해 둔 선심정책’으로 보인다”면서 “집권당의 이점을 이용해 지방채를 발행해 시민 세금으로 표를 사겠다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이어 “빚더미에 오른 광주 자영업자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은 지금도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이들을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시 행정의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원금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는 광주시와 재정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의 지방채 상황과 관련해 문용훈 실장은 “ 2018년 시 예산은 5조 2832억원, 채무 1조 928억으로 채무비율 20.68%,

내년도 예산은 8조 5699억원, 채무 1조 4885억으로 채무비율이 17.35%로 행정안전부 권장 채무비율 24%이내다”며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