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 스며든 무등산 정상 “매일 오르고 싶어요”

^{국립공원 지정 10주년을 맞아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가 열린 4일 오전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지왕봉 전망대에서 탐방객들이 광주 시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무등산 정상에서 봄을 맞을 수 있다니 기분이 정말 좋아요.”

무등산의 국립공원 승격 10주년을 맞은 4일 오전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정상 지왕봉.

2023년 첫 정상 개방 행사가 열린 이날 무등산에는 경칩을 이틀 앞둔 가운데 봄기운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산 정상부 곳곳에 쌓여있던 눈과 등산로 한 켠에 얼어 붙어있던 커다란 빙벽도 따사로운 햇빛에 조금씩 녹아내렸다.

깃대종인 털조장나무의 봉오리는 개화철을 한 달여 앞두고 크기를 점점 키워냈다.

키가 작은 나무 일부는 새순을 돋우려는 듯 메마른 가지마다 조그마한 푸른 잎을 품고 있었다.

산 정상에는 이른 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탐방객들로 붐볐다.

탐방객들은 다소 쌀쌀한 기온에도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에 겨워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지왕봉으로 향하는 표지판 앞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전망대에 올라 두 발아래 펼쳐진 광주 시내 전경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지왕봉 앞에 마련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기념 행사장에서 무등산 마스코트인 무등이·하이지오·무디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왕봉 아래 장불재로부터 시작되는 정상 등반 행렬도 꼬리를 물었다.

양 손에 등산 지팡이를 들고 오른 어르신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보탰다.

열 살 배기 어린 아이들도 성큼성큼 발을 내딛으며 정상을 향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상 탐방을 마친 탐방객들은 공군 부대 후문 누에봉으로 이동해 억새 군락 사이에서 잠시 쉬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탐방객들은 올해 9월부터 상시 개방될 무등산 정상에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정상 개방 행사마다 무등산을 오른다는 이영동(80)씨는 “살아 생전 얼마나 무등산을 오를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기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찾는다”며 “오는 9월부터는 정상에 오르고 싶을 때마다 올라 계절의 변화를 수시로 느낄 수 있을 것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임태균(12)군은 “그간 가족들과 장불재까지 수시로 다녀가면서 산이 쉽다고 생각했었다. 정상은 장불재보다 비교적 어려웠다”며 “오르는 내내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가족들과 정상에 많이 오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무등산 정상은 군부대 주둔 절차가 시작된 1961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군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2011년 첫 정상 개방을 시작으로, 2022년 가을철까지 25차례 개방됐다. 개방 기간 45만여 명이 무등산 정상의 비경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