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이란 바로 군자(君子)이다. 보통 군자라고 하면 학식이 높고 행실이 어진 사람을 일컫는데, 공자는 그 구체적인 계층을 ‘신진 엘리트 지식인 그룹’으로 규정하고 그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나라를 부강케 하기를 원했었다. 군자는 흔히 소인배(小人輩)와 대비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데, 여기에서 이 둘을 비교해보기로 하자.
첫째, 군자는 도(道) 얻는 것을 기뻐하는 반면, 소인은 욕망 얻는 것을 즐거워한다.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깨닫는 데에서 삶의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군자와 소인배의 첫 번째 차이이다.
둘째, 군자는 귀로는 음탕한 소리를 듣지 않고, 눈으로는 요사스러운 장면을 보지 않으며, 입으로는 사특(邪慝-요사스럽고 간특함)하고 악한 말을 내지 않는다. 반면에 소인배들은 음란하고 방탕한 말을 즐겨 내고 들으며, 더럽고 추한 꼴을 보고자 애쓰며, 간사하고 악독한 말을 함으로써 이웃을 괴롭힌다.
셋째, 군자는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선한 일을 도모하는데, 소인은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나쁜 짓만 일삼는다. 즉, 군자는 자기에게 능력이 있을 때는 남을 너그럽게 용납하고 능력이 없을 때는 그 힘을 아껴 남을 섬기는 일에 쓰는 데 반하여, 소인배들은 자기에게 능력이 있을 때는 오만방자하여 함부로 남을 무시하고 반대로 능력이 없을 때에는 괜스레 남을 시기질투하고 원망하여 사태를 나쁜 방향으로만 몰아간다.
넷째, 군자는 주변 환경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데 반하여, 소인배는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반복한다. 훌륭한 농부는 홍수나 가뭄을 겁내어 농사일을 포기하지 아니하며, 훌륭한 상인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여 가게 문을 닫거나 하지 않는 법이다.
다섯째, 군자 가운데 마음이 큰 사람은 하늘을 공경하여 그 법도에 따르고, 마음이 작은 사람은 의를 두려워하여 스스로 절도를 지킬 줄 안다. 그러나 소인 가운데 마음이 큰 사람은 오만방자하고 난폭하게 굴며, 마음이 작은 사람은 음란하고 방탕하여 더욱 빗나가기만 한다. 군자 가운데 지혜로운 사람은 온갖 세상일의 이치에 통달하고, 지혜가 다소 부족한 사람은 단정하고 진실하게 행동하여 법도를 지킨다. 그러나 소인에게 지혜가 있으면 도둑질을 하고 사기를 치며 온갖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데 분주하며, 그에게 지혜가 없는 경우에는 공연히 남을 모함하여 함정에 빠뜨리려고 그야말로 발버둥을 친다.
여섯째, 군자가 때를 만나 나라 일에 등용되면 공손하게 그 자리를 지키되, 출세의 때를 만나지 못하면 스스로 가다듬어 공경할 뿐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배가 때를 만나면 약삭빠르고 거만하여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다가 결국에는 낭패를 보게 되며, 소인배가 때를 만나지 못하면 공연히 남을 원망할 뿐 아니라 출세의 기회를 잡기 위해 쉼 없이 음흉한 일을 꾀한다.
군자는 환난(患難-근심과 재난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항상 두려워하긴 하지만 의로운 죽음을 마다하지 아니하며, 이익을 위해 그릇된 짓을 하지 않는다. 군자는 친하게 지내되 당파에 치우치지 않으며, 변론을 하되 꾸미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상의 내용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 정직, 겸손하고 남에게 공손하며 누가 보든지 않든지 법과 질서, 예의범절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은 군자의 성품이 있는 사람이고, 교만 방자하여 스스로 잘났다고 큰소리치고 다니며 돈과 명예, 세상 권력을 잡기 위해 남을 헐뜯고 모함하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은 소인배의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는 과연 어느 쪽에 속할까? 그리고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에 속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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