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선 낮과 밤이 그렇다. 낮이 밝을수록 밤은 더더욱 어둡다. 한때 영화로운 삶을 영위했던 사람들일수록 질곡 속으로 추락한 삶을 견디지 못한다. 누렸던 시절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직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비상했던 계층일수록 퇴직 후의 삶이 괴롭다. 한꺼번에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을. 태어남이 낮이라면 죽음은 밤이라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이 법칙을 피해갈 수 없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공평한 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줬다. 죽음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들은 권력, 재력, 미모, 건강 등을 분에 넘치게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들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맞게 되는 생로병사를 피해갈 수 없다. 지금까지 존재해 왔던 수많은 권력자, 재력가들도 길어봐야 몇 십 년 동안만 누리다가 죽어야 했다. 미모는 더 짧다. 아무리 출중한 미모를 가졌다 하더라도 길게 잡아봐야 오십 대에 접어들면 화려했던 피부 모습은 다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더러는 성형수술 등등으로 온갖 몸부림을 치지만 결국 허사다. 오히려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 또는 부조화 때문에 자연 노화에 비해 훨씬 더 추한 모습만 보이게 될 수도 있다. 참으로 공평한 한정된 삶이다. 인간의 욕망. 무서운 폭력이다. 그래서 그 어떤 광기어린 욕망도 제어할 필요가 있었기에 조물주는 인간에게 무한한 생을 주지 않은 것 같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양극 간의 싸움은 처절할 정도로 심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간은 영원하지 않다. 길어봐야 백 년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짧은 생을 영위하면서 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나눔이라 생각한다. 나눔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물질을 나눌 수도 있고, 시간을 나눠 쓸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좀 더 가진 사람이 보다 필요한 자에게 과일 한 조각이라도 나눠주자는 것이다. 입을 것을 줄 수도 있다. 외로운 사람에게 말벗이 되어줄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극단적으로 부자인 사람도, 생을 부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총량으로 보면 물질은 풍부하다. 조물주는 결코 인간이 굶어 죽게 해놓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래서 어차피 유한자적인 인간들이 서로에게 나눔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세가 있다면, 내세의 행복을 위해 복을 쌓아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벌써 11월도 저물어가고 있다. 나날이 추워지고 있다. 여름철에는 헐벗고도 살 수 있지만 겨울에는 그렇지가 않다. 난방이 안 되면 두꺼운 옷을 입어도 견뎌내기 힘들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빈곤한 사람들은 이런 난방비를 제대로 해결할 수가 없다. 동사하기 쉽다. 추위로 인한 질병도 앓기 쉽다. 그래서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부자는 더 많이 내고 보통 사람들은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이렇게 나눔의 띠를 형성해 갈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복지사회가 될 수 있다. 이제 곧 11월이 지나가면 12월이 온다. 이어서 1월, 2월이 올 것이다. 이 같은 동절기를 모두가 잘 지내도록 나눠보자. 모두가 바람직한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도록. 그것이 진정한 너와 나의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삶이 아름다우면 우리 모두의 삶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이런 날을 형성하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나기를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면 어떨까.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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