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이라 하면,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남매 사이였다거나 재벌 아들과 그 친구가 서로 뒤바뀌었다거나 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013년 모 TV 방송국에서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주말 드라마를 내보낸 적도 있다. 하지만 본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철학자의 출생이나 생존연대 자체가 애매하여 불명확한 경우이다.
기원전 604년 9월 14일, 중국 초나라 고현의 여향 곡인리에 한 여인이 자두나무에 기대어 한 아이를 낳았다. 그 여인은 떨어지는 별을 노래한 뒤 62년 동안을 임신해 있었고, 그 때문에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는 태어난 즉시 자두나무를 가리키며, “나는 이 나무를 따서 성(姓)을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두나무(李)에다 그의 큰 귀(耳)를 상징하는 이름을 붙여 자기 이름을 이이(李耳)라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칼은 벌써 하얀 눈처럼 희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두고 노자(老子)라 불렀다. 노(老)는 늙었다는 뜻이고, 자(子)는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을 가진 존칭어이다. 이상에서처럼, 노자(도가 및 도교의 비조)는 그 신원이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기원전 100년경에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 역시 노자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제공하지 못했다.
노자의 조국인 초나라는 포악한 정치로 주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에 노자는 유랑의 길을 떠나 당시 천자(天子)의 나라인 주(周)나라에 이르러 그곳에 머물렀다. 노자는 이곳에서 왕실 도서관을 지키는 관리로서 40여 년 동안 근무했다. 이 무렵, 노자는 공자의 방문을 받아 예(禮)에 대해 충고해주었다고 한다.
주나라를 떠난 노자가 서쪽 관문에 이르렀을 때, 국경을 수비하던 관리 윤희라는 사람에게 붙들렸다. 윤희는 노자에게 가르침을 달라고 간청하였다. 이에 노자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책에 5천 자의 글을 써 주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도덕경』이다. 노자가 관문을 빠져나간 후 어디로 갔는지, 또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노자는 160세 또는 260세를 살았다고도 하는데, 이에 대해 사마천은 그가 ‘도를 닦아 수명을 보존하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노자의 출생 연도도 불확실하거니와 그의 죽음에 대한 어떠한 기록도 없기 때문에 심지어 노자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까지 생겨났다. 그 첫 번째 이유로 현존하는 『도덕경』의 저자가 1명이 아님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그 내용 가운데는 (노자보다 젊다고 알려진) 공자 시대의 것도 있지만, 다른 내용은 훨씬 후대의 것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보건대, 결국 이 책은 기원전 300년경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배경을 근거로, 어떤 학자들은 『도덕경』의 저자가 ‘노래자’ 혹은 ‘태사 담’(태사라는 벼슬을 지낸 사람으로, 이름이 담)이라고 주장하기도 한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사기』에 나오는 노자의 후손들에 대한 기록이 믿을만한 것으로 보고, 노자의 생애가 기원전 4세기 말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노자의 가계(家系)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간주될 수도 없다. 그것은 다만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에 이(李) 씨라는 가문이 노자의 후예라고 스스로 주장했다는 사실만 증명해줄 뿐이다. 이리하여 심지어 ‘노자’라는 이름은 어떤 개인보다, 특정 형태의 성인(聖人) 집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이다.
광주교대교수, 철학박사.소설가 /강성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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