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19세에 제후로 올라선 손권은 장강 동쪽의 기름진 지대에서 뛰어난 인재등용과 노련한 용인술로 호족들의 협력을 순조롭게 끌어내어 안정적으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는 실리를 추구하는 유연한 외교술을 바탕으로 오吳를 보전하고 백성들의 평안을 도모했다. 이에는 부형父兄 손견, 손책의 후광을 바탕으로 주유, 정보 등 문무대신의 보좌가 큰 힘이 되었다. 강동의 동오의 정세는 안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법이다. 천하의 지존 조조의 무력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형주의 유비를 외면하는 것은 오나라의 위기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주유는 문무관원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건의했다. “조조는 사실 한나라를 훔칠 큰 도적입니다. 그러나 장군은 출중한 무예와 재능으로 부형이 남겨놓은 혁혁한 기업基業을 잇고 있습니다. 강동에 웅거하여 강역이 사방 수천 리에 이르고 병사 또한 정예하니, 마땅히 천하를 횡행하며 한나라를 위해 적당들을 제거할 만합니다. 하물며 조조는 제 발로 죽으러 왔는데, 어찌 그에게 투항할 수 있겠습니까.
조조에게는 네 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 마초와 한수가 아직 버티고 있어서 조조의 후방을 노리고 있습니다. 둘째, 조조의 기병들은 육전에는 강하나, 수전에 익숙지 못합니다. 셋째, 지금은 추운 겨울로 말에게 먹일 풀조차 없습니다. 넷째, 북방의 병사들은 멀리 강호江湖에까지 온 탓에 풍토가 맞지 않아 곧 병이 날 것입니다.
몇 가지 점은 모두 용병에서 가장 꺼리는 것인데도 조조가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장군께서 조조를 잡을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손권이 너무 기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늙은 도적이 한나라를 폐하고 스스로 자립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는 단지 원소와 원술 형제와 여포, 유표와 나를 꺼렸을 뿐이다. 지금 몇 명의 영웅은 이미 그에 의해 멸망했고 오직 나만 남아 있다. 나와 늙은 도적은 사세事勢로 보아 양립할 수 없으니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한다는 주장은 나의 생각과 똑같다.”
주유가 말했다.
“신은 장군을 위해 결전을 단행할 것이며, 만 번 죽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장군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할까 두려울 뿐입니다.” 그러자 손권이 차고 있던 칼을 쑥 뽑아 앞에 있는 탁자를 내리쳐 쪼개며 큰소리로 말했다. “제장 가운데 감히 조조를 맞이해야 한다고 다시 말하는 자는 이 탁자와 같이 될 것이다” <무경십서, 주유와 적벽대전>
손권 27세, 제갈량 28세로 두 젊은 혈기가 노회한 54세의 조조를 상대로 일생일대의 결전을 결심한 것이다.
사실 손권은 사돈지간인 조조와 더 가까웠다. 궁지에 몰린 유비를 내버려 두는 것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경우처럼 오나라의 방어막이 없어지는 것이다. 현명한 손권은 조조의 다음 상대가 자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간파한다. 그러하니 손유동맹으로 조조에 싸우는 것은 손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적벽대전의 서막은 오래전부터 잉태하고 있었다. 200년, 조조는 손권을 토로장군에 임명하고 회계태수를 겸임시킨다. 201년, 사마의가 상계연으로 천거된다. 201년, 유비는 여남전투에서 허도를 공격하려다 몸소 남하하여 온 조조에게 패해 형주 유표에게 의탁하고 신야新野에 주둔한다. 이 해에 관우는 하북 관정의 집에 묵었을 때 그의 차남 관평을 양자로 들인다. 202년, 조조는 손권에게 서신을 보내서 “아들을 허도로 보내라”고 요구한다. 손권은 주유와 어머니 오국태와 상의하여 거절한다. 203년, 손권은 부친 손견의 원수 황조를 토벌하러 나서 그 수군을 격파한다. 황조 밑에서 예우를 못받던 감녕이 손권에게 와서 황조 토벌의 지휘를 맡는다. 주태는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여몽 등과 함께 산월족을 공격하여 승리한다. 207년, 손권은 황조를 공격하여 많은 포로를 획득한다. 207년 6월, 원소잔당을 일소하고 화북 평정을 마무리 지은 조조는 드디어 승상에 오른다. 곧바로 직접 군사를 일으켜 남정을 시작한다. 208년, 손권은 다시 황조 토벌에 나선다. 하구전투에서 여몽, 감녕, 능통, 동습 등의 활약으로 거성을 함락시키고, 부친의 원수 황조를 참수하여 강하를 평정한다.
원소의 잔당을 모두 일소하고 황하를 중심으로 대륙의 대부분을 평정한 조조는 허도로 개선하여 208년 6월 승상에 오른다. 영웅은 안주하지 않는다. 조조에게 아직 정복하지 못한 땅이 있었다. 조조는 눈길을 강남 이남 지역으로 돌렸다. 적벽대전은 208년 11월, 장강 적벽赤壁과 오림烏林 유역에서 조조군과 손권·유비 연합군이 대결한 전투이다.
양자의 전력은 다음과 같다. 이번 적벽대전에 동원된 병사는 조조군 22만(조조군 15만, 형주병 7만, 삼국연의 83만), 손유연합군 5만(손권군 3만, 유비군 2만, 삼국연의 10만)으로 추정한다.
참여 장수와 모사를 보면, 조조 진영은 조조, 하후돈, 서황, 이전, 조인, 허저, 장료, 장합, 채모, 장윤, 우금, 순유, 정욱, 악진, 모개, 마연, 장의, 사마의 등이다.
손권 진영은 손권(지휘를 주유에게 맡기고 합비 공격), 주유, 노숙, 여몽, 능통, 정보, 황개, 선봉, 제갈근, 한당, 동습, 장흠, 진무, 감녕, 감택, 여범, 서성, 정봉, 육손, 주태 등이고 유비 진영은 유비, 제갈량, 방통, 유기, 장비, 관우, 조운, 관평, 미축, 미방, 손건, 주창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새인물이다. 사마의, 제갈량, 방통, 주유 등이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것이다. 사마의는 201년에 천거되었으나 나오지 않다가 208년에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제갈량은 207년 출산出山한 새내기이고 방통도 연환계로 화려하게 등장한다.
이들이 적벽대전 이후에 펼쳐지는 위, 촉, 오 삼국시대의 주역들이다. 적벽대전은 주유의, 주유에 의한, 주유를 위한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주유의 독무대였으나, 손유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이후 210년 요절하고 만다.
“천지는 넓고, 복룡 봉추와 같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재들은 많다天地本寬 而伏龍鳳雛”
공명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조영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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