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형주를 평정하고 유표의 큰 아들 유기를 형주자사로 천거한다. 유기가 병들어 죽자 군하群下들이 유비를 추대해 형주목으로 삼고 공안公安을 다스렸다. 손권이 점차 이를 두려워해 여동생을 시집보내 우호를 굳건히 했다. 유비가 경구京口에 이르러 손권을 만나고 은기恩紀를 주무綢繆했다. <촉서 선주전>
유기의 사망 소식을 듣고, 손권은 노숙을 보내 예물을 갖춰 치제致祭하게 한다. 유비와 제갈량이 일어나 사례하고 예물을 거두고 술을 내어 대접한다.
노숙이 말한다.
“지난날 유기공자가 돌아가시면 즉시 형주를 돌려주겠다고, 유장군께서는 약속 하셨습니다. 이제 공자께서 세상을 뜨셨으니, 그 약조를 이행하셔야 겠습니다”
유비가 회답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제갈량이 낯빛을 고쳐 말한다.
“우리 주인께서는 곧 중산정왕의 후예이자 효경황제의 현손이시며 지금 황상의 숙부이시거늘 어찌 분모열토分茅裂土(천자가 제후를 봉할 때 그 방면의 흙을 띠풀에 싸주던 것) 하지 못하시겠소. 하물며 유경승은 바로 우리 주의 형이시니 동생이 형의 업을 잇는 게 어찌 순리가 아니겠소”<뽀도르>
이에 노숙이 심각하게 반응한다.
“지난날 유장군과 제갈량이 당양에서 조조에게 쫓겨 강을 건너 우리 주공을 뵈었소. 그 뒤 주공근이 출병하여 형주를 취하러 하는 것을 막은 것 역시 이 노숙이오. 유기공자께서 세상을 떠서 형주를 돌려주기를 기다리라 지극히 설득한 사람 역시 이 노숙이오. 그런데 이제 와서 지난 말씀에 응하지 않으니, 어떻게 답변할지 저 노숙에게 가르쳐 주겠소”
제갈량, “조조가 백만의 무리를 통솔하여, 천자를 명분 삼아 출동했지만, 나는 마음에 두지 않았소. 만약 선생의 안위가 걱정이면, 내가 주인께 권하여 문서를 써서, 잠시 형주를 빌리는 게 본심이라 하고, 우리 주께서 따로 성지들을 얻는 시기에, 바로 동오에 돌려주겠다 쓰겠소. 이런 방법이 어떻겠소”
“제갈량은 어디를 빼앗기를 기다려, 우리 동오에게 돌려주겠다 하시오”
“중원은 서둘러 도모할 수는 없소. 서천西川은 유장劉璋이 유약하고 사리분별을 못하니, 우리 주께서 장차 도모할 것이오. 만약 서천을 얻는다면, 그때 곧 돌려주겠소.”
노숙이 작별하여 배를 타고 돌아가, 먼저 시상군柴桑郡에 있는 주유에게 제갈량이 써준 문서를 건넨다.
문서를 바치자, 주유가 발을 구르며 말한다. “자경께서 제갈량의 꾀에 빠졌소. 명분은 빌리는 것이나, 실제는 가로채는 것이오”
이 와중에 유비의 감부인甘夫人이 사망한다.
주유는 이 기회에 손권의 누이를 유비에게 시집보내서, 유비를 묶어 형주를 되찾을 궁리를 한다. 손권은 여범呂範을 보내 유비와 손상향의 중매를 서게 한다.
『주저하는 유비를 제갈량이 설득한다. 209년 10월, 유비가 조운, 손건과 더불어 빠른 배 10 척을 취하여, 수행 병사 5백명을 거느리고, 형주를 떠나, 남서南徐로 출발한다.
유비는 제갈량의 방책에 따라서, 먼저 견양담주牽羊擔酒하여 두 교喬씨의 부친 교국로喬國老에 인사드린다.
교국로의 마음을 얻은 유비는 다음날 감로사甘露寺에서 손권의 모친 오국태를 만나기로 한다. 유비가 감로사에 나타나니, 손권도 요란한 행차로 모습을 드러낸다. 손권이 유비의 용모가 수려하고 행동거지가 비범한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두려워한다.
두 사람이 인사를 마치고, 곧 방장으로 들어가 오국태를 만난다. 오국태가 현덕을 보더니, 크게 기뻐, 교국로에게 말한다.
“참으로 내 사윗감이오”
교국로, “유비는 용봉지자龍鳳之姿와 천일지표天日之表를 가졌소. 아울러 인덕을 천하에 떨치오. 국태께서 이런 훌륭한 사위를 얻다니, 참으로 경하드릴 일이오”
유비가 옷을 고쳐 입고 전각 아래 나가니, 마당에 돌덩이 하나가 있다. 종자가 차고 있던 검을 현덕이 뽑아들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한다.
“만약 이 유비가 형주로 되돌아가, 왕패지업王霸之業을 이룰 운명이라면, 이 검을 내리쳐 돌이 두 조각 나리다. 여기서 죽을 것이라면, 검으로 돌을 쳐도 쪼개지지 않으리라.”
말을 마치고, 손을 들어 검으로 내리치자, 불꽃이 튀며 돌이 베여져 두 조각 난다.
손권이 뒤에서 보고, 묻는다. “현덕 공께서 어째서 이 돌을 원망하시오”
“제 나이 50에 가까우나, 국가를 위해 도적의 무리를 뿌리뽑지 못하여, 마음이 늘 한스럽소. 이제 국태께서 저를 불러 사위로 삼아 주시니, 이는 평생에 드문 기회입니다. 방금 하늘에 물어 길흉화복을 점쳐問天買卦 조조를 깨뜨리고 한실을 중흥할 것이면, 이 돌이 베여 갈라지리라 했소. 이제 과연 이러하군요.”
손권 역시 검을 잡아빼며 현덕에게 말한다. “저 역시 문천매괘하겠소. 만약 조조 역적을 격파할 것이라면, 역시 이 돌이 절단될 것이오”
속으로 몰래 기도한다. “다시 형주를 되찾아, 동오를 흥왕興旺시킬 것이라면, 돌이 잘라져 조각날 것이다”
손을 들어 검으로 내리쳐, 역시 큰 돌이 쪼개진다. 지금도 그 당시 10자를 새긴 흔적이 있는 돌이 상존한다. 뒷날 누군가 이런 유적을 보고, 시를 지어 찬했다.
보검으로 내려치자 돌이 갈라져 寶劍落時山石斷/ 쇳소리 울려 퍼지며 불꽃이 튀는구나 金環響處火光生/ 두 왕조의 왕성함은 모두 하늘의 뜻이니 兩朝旺氣皆天數/ 이로부터 솥발처럼 나눠 서네 從此乾坤鼎足成<뽀도르 원문삼국지>』
유비가 새신부 손상향, 오나라 미인들과 향락에 젖어 형주를 잊은 듯하자 제갈량의 지략으로, 유비가 강동을 무사히 탈출하고 주유는 분노로 어쩔 줄 모른다. 노숙은 주유와 의논했던 대로 서천을 취한 후 형주와 맞바꾸겠다고 제안한다. 제갈량은 주유가 서천으로 가는 척 형주를 공격할 것임을 눈치채고 유비와 함께 결전을 준비한다.
공명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조영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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