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다. 곧 다가올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제정당들은 숨어있는 보석과 같은 인물을 찾아서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다. 인재영입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인 한국당에 질과 양에서 앞서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유비가 제갈량을 군사軍師로 모시는 과정을 그린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유비가 제갈량의 신용을 쌓는 과정이다.
유비가 제갈량의 초막을 찾은지 세 번만에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된다. 제갈량은 시 한수를 읊고 난 후에 유비를 맞이하였다. 유비는 제갈량의 훤칠한 키와 수려한 용모에 이미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두 사람이 책상을 마주하고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당시 제갈량은 27세, 유비는 47세였다. 때는 204년이었다. 유비가 제갈량에게 간청한다. “지금은 한 왕실의 위세가 땅에 떨어져 간신이 권력을 휘두르고 천자는 도성을 떠나 피신하고 있는 형편이오. 본인은 이에 격분하여 봉기하였으나, 내 힘은 이를 시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명분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으나 무운이 따르지 않아 오늘에 이르렀소. 선생, 부디 이후의 진로를 인도해 주시오”
이에 제갈량은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키면서, 천하의 형세 분석 및 대륙 통일의 기본 계획이 담긴 융중대隆中對를 제시하였다. 융중대책의 핵심은 드넓은 대륙을 조조, 손권, 유비가 나누어서 통치하는 천하삼분지계이다.
천자를 끼고 천하를 호령하는 조조와 당장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오의 손권과의 싸움도 불가능하다. 조조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손권과는 군사동맹을 체결하여 조조의 군사력을 동과 서로 분산시켜야 한다. 서융과 우호적으로 지내며, 남방의 이족과 월족을 편입시킨다.
유비는 한왕실의 후예로서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인의를 지키고 인재를 중시한다는 명성이 높으므로 새로운 기반을 다질 때나 천하를 놓고 싸울 때 유리하다. 약세였던 조조도 강자인 원소를 이겼으므로, 지금은 아무런 기반도 없는 유비이지만, 자신과 같은 인재를 얻었으므로 패업을 완수할 수가 있다.
형주는 교통이 발달한 곳이며, 지역적으로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군사적 요충지이다. 익주는 경제적 기반을 다지기에 적합하므로 전략물자와 군사력을 확보하기에 적합하다. 유비가 기반으로 삼을 지역은 형주와 익주밖에 없다. 다행히 형주와 익주의 주인인 유표와 유장은 능력이 천하대세를 논하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므로 차지하기가 쉽다. 형주와 익주를 근거로 해서 천하를 삼분하자는 것이다.
제갈량은 단계별 전략을 구사했다. 제1단계, 삼국정립의 전략적 기반을 확보한다. 제2단계, 손권과의 군사동맹으로 조조를 고립시킨다. 제3단계, 중원의 조조를 치기 위해서 동과 서 양로로 나누어 북진한다. 제4단계, 손권을 처치하여 패업을 완수하고 한실을 다시 일으킨다.
첫 만남에, 제갈량은 유비에게 창업의 틀을 제공한 것이다. 이미 출사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 대상으로 낙점한 것은 유비였다.
제갈량은 양양인근 융중을 떠나면서, 아우에게 아래와 같이 당부한다. “내 유비에게 삼고지은혜를 갚으려고 세상에 출세허니 너는 부디 송학을 잘 가꾸고 학업을 잃지 말라.”
제갈량을 얻은 유비는 그 이후 승승장구한다. 유비창업의 바탕은 바로 강인한 정신과 신용에 근거한 인재활용이었다. 진수는 좌절을 겪으면서도 굴복하지 않은 유비의 정신을 백절불요라 표현했다. 병가필쟁지지 형주와 물산이 풍부한 익주를 근거로 촉한을 창업하여 조조, 손권과 대등한 세력을 형성한다. 두보는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를 “세 번을 찾아가 청함은 천하를 위한 것이었고/두 조정을 섬김은 늙은 신하의 충성심이었어라”라고 노래했다. 물과 물고기의 만남이라는 수어지교水魚之交는 이 둘의 관계에서 유래하였다. |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