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이 참으로 빠른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 싸우다 보니 벌써 12월이다. 괴물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장사하는 공급자들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힘들고 수요자들은 돈이 없어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되다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극도로 삭막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다 선거철까지 겹쳤다. 못난 정치인들은 마치 굿거리 장단에 춤추듯이 이에 기름을 부어댄다. 그리고 성냥불을 긋는다. 도리도리 칼춤까지 추면서. 참으로 추하고 딱하다. 못난 악마들의 근성인가. 이런 악천후가 계속되면 어느 한쪽만 죽지 않는다. 모두가 소멸될 수밖에 없단 말이다. 때문에 정도에서 삶을 영위해가야 한다.
얼마 전에 작고한 전두환의 죽음에서도 어떻게 사는 것이 옳고 그른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다. 이게 인생사다. 전두환 역시 7년을 재임했다. 그리고 자신의 심복이라는 노태우에게 정권을 넘겼다. 하지만 노태우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태우로부터 역공을 받았다.
권력이 없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의 행색은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권력이란 그렇다. 왕조시대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독살을 당한 경우도 있었잖은가. 이게 바로 권력이 생리다.
그런데도 이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전두환은 악마의 모습을 마음껏 품어냈었다. 1980년 5월. 전두환 군부는 광주를 불마다로 만들어 버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총과 칼로 도륙을 냈다. 각목이 춤을 쳤고 군홧발은 이단 옆차기를 했다. 결국 인간이기를 거부한 금수 같은 전두환은 정권을 잡았던 것이다. 재벌들은 그런 전두환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 바쳤다. 그런 포학한 현상을 보면서도 보수언론들은 용비어천가만 불러댔다. 모든 것들에 대한 보도가 통제되었지만 반항 한마디 못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무제한 주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들은 민주정부를 날마다 찔러대 왔다. 이제는 언론이 또 다른 전두환이 된 것이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 않는가. 반대편에 있던 정치세력들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물고기 물 만난 듯이 비겁한 족제비 춤을 추어대고 있다. 일부의 국민들까지 동조를 해대는 모습을 볼 때 과연 민주주의라는 것이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민주화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사람들에겐 심오한 허탈감만 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실 광주에서도 전두환 정권 때 아부하는 족속들이 부지기수였다. 전두환 동생 전경환이가 광주에 뜨면 우리 지역에서도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줄을 지어 그에게 아부를 떨었다. 정치인들은 물론 언론인들까지. 이럴 때 목숨을 잃고 피를 흘렸던 민주투사들은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목숨을 잃은 투사들의 유가족, 목숨까지는 잃지 않았지만 온 몸과 마음이 넝마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허탈하다 못해 서글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 날 같은 희망 하나만은 가져보기도 했었다.
혹시라도 죽기 전에 사과 한마디라도 하지 않을까에 대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먹이면서 하지는 않더라도. 하지만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역시나였다. 인생이란 부평초와 같다. 그리고 부질없다. 악마든 천사든 누구나 죽게끔 되어 있다. 전두환을 보고도 교훈을 못 얻는다면 그런 족속들은 더 큰 악마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악마의 말로는 더더욱 비참할 것이고.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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