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나라 사람으로서 명가(名家)에 속한 공손룡(公孫龍, 기원전 325년~205년)은 당시 유명한 변론자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언젠가 그가 국경을 통과할 때였다. 수비대가 “말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고 하며,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공손룡은 “나의 말은 희다. 그리고 흰 말은 말이 아니다.”고 대답하고는, 그대로 국경을 넘어갔다고 한다.
왜 백마(흰 말)는 말이 아닌가? 말(馬)은 형체(모양)를 가리키는 것이고, 희다(白)는 빛깔(색)을 가리킨다. 그런데 백마(白馬)라고 하는 것은 어떤 모양 위에 색깔을 덧칠한 것이 되기 때문에, 원래의 모양인 말(馬)과는 무언가 다르다. 즉, 말이라고 했을 때는 존재하는 말의 ‘전체’를 가리키는 반면에, 백마라고 했을 때에는 전체 가운데 ‘일부분’만을 가리키는 셈이 된다. 그리고 논리상 ‘부분은 전체와 같지 않음’이 분명하기에, 백마라고 하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말(馬)과는 엄연히 다르다. 쉽게 말하면, 그냥 말과 하얀 말은 그 뜻이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공손룡은 우리가 단단하고도 하얀 돌(堅白石-견백석)의 개념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왜 그러한가? 다 알다시피, 한 덩어리의 견백석은 세 개의 감각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촉각의 단단함과 시각의 하양, 그리고 실체로서의 돌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우리 인간의 의식상에 있어서는 한데 어울려 한 덩어리의 단단한 흰 돌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공손룡에 의하면, 우리의 ‘눈’으로 그 돌을 볼 때에는 하얀 색깔만 볼 뿐 단단함을 느낄 수 없고, 또 ‘손’으로 만질 때는 단단함만 느낄 뿐 하얀 색깔을 볼 수가 없다. 즉, 시각과 촉각은 우리의 뇌리에 동시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단단함과 하양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단단한 돌’이라거나 ‘하얀 돌’의 개념은 얻을 수 있지만, ‘단단하고도 하얀 돌’의 개념은 얻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공손룡은 같음 속에서 다름을 구하였던 바, 즉 “비록 간과 쓸개처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물일지라도, 서로 다르다는 입장에서 보면 원수 관계인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먼 곳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물론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실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라는 오나라와 월나라였다. 하지만 당시 초나라의 중심지였던 남양 일대와 월나라가 있었던 지금의 소주(蘇州;쑤저우) 일대는 거리상으로 엄청나게 멀었다고 한다.
우리는 246장에서 혜시의 철학을 살펴보았다. 혜시는 다름 속에서 같음을 발견하였기에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관념상의 차별을 쳐부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혜시가 다름(異) 속에서 같음(同)을 찾은 데 대하여, 공손룡은 ‘같음’ 속에서 ‘다름’을 구하였다. 이러한 철학으로부터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과 견백석(堅白石) 이론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손룡의 ‘궤변’에 대해 제나라의 추연(鄒衍, ?~?,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음양오행설을 제창)이란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오직 큰 도리에 해가 될 뿐”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즉, 올바른 변론을 위해서는 첫째 명사(名詞)의 뜻이 분명해야 하고, 둘째 모든 사물의 같음과 다름을 분명히 구별하여 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며, 셋째 진리를 명백히 밝혀 미혹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공손룡은 이 모두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연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사람은 평원군이었다. 원래 공손룡은 조나라의 공자(公子) 평원군(平原君)의 문하에서 식객(食客-세력 있는 대가의 집에 머물러 얻어먹고 있으면서, 손님 노릇을 하던 사람)으로 있었다. 평원군은 그의 말재주를 매우 좋아하여 예(禮)로 잘 대접했었던 것인데, 추연의 말을 듣고 난 후로 마음을 바꾸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는 공손룡을 예절로써 대우하지 않았다고 한다.
광주교대교수, 철학박사.소설가 /강성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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