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들로부터 거부당했다. “대패질하는 사람들”로 1875년 살롱전에 첫 데뷔를 시도했던 구스타프 카유보트(프랑스. 1848~1894)가. 이유는 그림이 천박하다는 거였다. 도시의 노동자들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에 등장한 부류의 노동자들은 일찍이 프랑스 회화사에서는 다뤄진 적이 없던 모델들이었다. 진실을 그리려 했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다운 선이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 그림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마룻바닥을 대패질하는 사람들의 땀에 젖은 등 위로 햇살이 비쳐온다는 사실이다.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이처럼 선진적 사고는 늘 당시에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카유보트 역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명작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 지점에서 혹자들은 카유보트의 출신성분도 낮아서였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다. 파리의 상류층 가문 출신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유산도 물려받았다. 그야말로 부를 마음껏 자랑하면서 교만하게 살수도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를 열어줬다. 작품도 구매했다.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등 인상주의 화가들 작품만 해도 무려 67점이나 됐다.
그림구매에도 원칙이 있었다. 가장 잘 판매되지 않을 것 같은 작품부터 구매한다는. 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이처럼 아름다운 휴머니스트인 카유보트는 46세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무리했다. 폐병으로.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의 삶의 족적은 사후 70여 년이 흐른 후에야 인상주의 화가로 재평가되었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잘났다고 아우성치는 자들의 뒤안길. 과연 어떨까. 아마도 이런 미담이 있었다면 그들 스스로 침소봉대해서라도 알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좋은 사례는 있다. 그 첫 번째가 경주 “최부자 집”이지 않을까.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을 세웠던. 그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소작인에게서 8할의 소작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부자 집은 1600년대부터 절반만 받도록 했다. 당시로서는 대 파격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 산실 중의 하나였다. 그야말로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다. 유 박사는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면서 1936년 개인기업이던 유한양행을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종업원 지주제 실시, 주식상장 통한 기업공개(1962년), 경영권 상속 포기 후 전문경영인 체제 등을 실시했다(1969년). 이외에도 장남에게는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 살아가라면서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손녀 유일링(당시 7세)에게는 1만 달러만 남겼다. 딸 유재라에게는 유한 중·공업고등학교 일대의 땅 5천 평을 상속했다. 그런데 이 역시 “유한동산”으로 조성해서 청년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소유주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유한재단에 남겨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에 쓰도록 했다. 전 재산 사회 환원이라는 평소의 뜻을 완성했던 것이다.
유재라 여사는 세상을 떠나면서 주식 등 200억 원대의 재산도 모두 사회에 기부했다. 2대에 걸쳐 전 재산 사회 환원을 실천한 것이다. 혹시라도 지금 서로 잘났다고들 아우성치는 사람들. 권력을 잡았다고 빠듯한 국가 곳간 축내는 족속들이 있다면 더더욱 속죄하길 바란다. 상기한 사례들을 거듭 상기하면서. 제발 말이다.
시인, 사회복지학박사 /임성욱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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