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의 유학자 순자(荀子)에 대한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사마천의『사기』에 짤막한 기록이 남아 있긴 하나, 그나마도 정확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몇 년에 태어나서 몇 년에 죽었는지도 분명하지 않아 어떤 이는 그의 생애를 60세로, 어떤 이는 100세 이상으로 보기까지 한다. 그는 대략 기원전 298년 무렵에 태어나 기원전 236년 무렵에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정확한 연도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순자는 전국칠웅(戰國七雄-전국시대에 중국의 패권을 놓고 다툰 7대 강국. 제나라, 초나라, 진나라, 연나라, 위나라, 한나라, 조나라)의 각축이 날카롭게 전개되던 시절에 태어나 진나라에 의해 중국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갈 무렵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순자는 조나라 사람으로 알려져 있긴 하나, 실제로는 순나라(오늘날 산서성 의씨현)에서 태어났다.
열세 살 때부터 ‘수재’라는 소리를 들은 순자는 열다섯 살 무렵 제나라의 서울 임치로 유학을 갔다. 당시 그곳은 유가를 비롯한 많은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학문의 대향연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는 임치의 도성 남문 아래인 직하(稷下)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53세 무렵부터 71세 무렵까지 제양왕(薺襄王) 아래에서 직하 학궁을 책임지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전병(田騈-제나라 사람으로 논변이 뛰어남) 등 당시 유명한 원로 학자들이 모두 죽어버리자, 순자는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른으로 대접을 받는다. 직하학궁의 우두머리인 좨주(祭酒: 학교의 최고 행정담당관. 오늘날의 대학 총장)를 10년 동안 세 번이나 지낼 정도였다. 그러나 점점 강성해가는 제나라를 시기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주변국들이 연합하여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직하의 학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는데, 순자 역시 이때 초나라로 건너갔다.
초나라의 저명한 재상인 춘신군(春申君)은 순자를 포함하여 식객(食客-세력 있는 대갓집에 얹혀 살면서 글 손님 노릇을 하던 사람) 3천 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순자를 난릉(蘭綾) 지방의 현령(縣令-비교적 큰 고을의 사또)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춘신군에게 자기를 참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자는 당장 그 직책을 버리고 조나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춘신군은 다시 그를 모시고자 하였다.
이에 순자는 한 통의 편지를 보내 초청을 거절하였던 바, 그 내용은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지 못하는 춘신군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이었다. 춘신군은 화가 잔뜩 났다. 하지만 순자는 당시 존경받는 유명한 학자였기 때문에 다시 한번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순자는 다시 난릉 지방으로 돌아가 현령이 되었다.
한편, 춘신군의 식객 가운데 이원(李園)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여동생이 몹시 아름다웠다. 얼마 후 춘신군과의 합방(合房)으로 그녀가 아이를 임신하자 춘신군은 이원과 모의하여 그녀를 고열왕에게 바치게 된다.
이 일로 높은 벼슬을 하게 된 이원은 일이 탄로날까 두려워 자객을 매복시켰다가 춘신군을 살해한다. 그리고 잘린 춘신군의 목을 성 밖에 버리고, 춘신군의 친족들마저 모두 살해하고 말았다. 이처럼 춘신군이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자 그의 지지를 받고 있던 순자 역시 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이때는 순자 역시 반백의 늙은이가 되어 있었던 데다 그의 마음도 두 번 다시 정치무대에 나서 동분서주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난릉에 정착하여 후학들 교육과 저술에 전념하며 살다가 사망하여 그곳에 묻혔다. 훗날 이원의 여동생과 춘신군 사이에 생긴 아들은 즉위하여 유왕(幽王-주나라 제12대 왕)이 되었다.
광주교대교수, 철학박사.소설가 /강성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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