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인간은 정치적관계 속에서 성장을 하기도하고 반목과 갈등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현시대에도 바람직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치적 행위는 한 국가의 운명은 물론 개인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작금의 세계는 고도화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정치체제를 선도함으로써, 국가간이나 개인간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념에 바탕한 정치적 신념은 쉽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두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거래당사자가 진보이든 보수이든 자신의 이익을 높여주는 거래에 기꺼이 참여하고 경제적관계를 형성합니다. 즉, 경제적관계가 정치적관계에 우선합니다.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이나 후보의 선택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람을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라 부릅니다.
대체로 왼쪽과 오른쪽에 서는 유권자가 각각 30%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40%는 중도입니다. 거대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도층이 정치적 세력화를 이루는것은 매우 험난한 일입니다. 그렇다보니 양당의 극단적 정치적 대립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불안정성은 아마도 70년 넘게 지속되온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그러한 역경 속에서 추진된 민주화 및 산업화의 성공 대가에 대한 갈등이 빚어낸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3지대에 속한 사람들의 ‘중도적 성향이 정치세력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를 중도론으로 모색하고자 합니다.
2. 철학으로서의 중도
철학적 관점에서 중도(中道)의 의미를 함축하면 중도는 정도(正道)이자 공도(公道)이고 대도(大道)이다.
1) 불교
붓다는 진리가 상주(常住)와 단멸(斷滅), 있음(有)과 없음(無), 고통과 즐거움이라는 대립을 넘어선 곳에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붓다는 이러한 대립 중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말고 중도를 걸으라고 충고합니다.
색의 성품 그 자체가 공한 것이므로 색을 떠나 공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색 그 자체가 공한 것이어서 색즉시공이니, 차별이 즉 평등이다. 또한 일체의 사물이 연기공(緣起空)에 의한 것이므로 공을 떠난 색이란 있을 수 없어, 공즉시색이니, 평등이 즉 차별이다. 이렇게 어느 한 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중도(中道)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조화롭고 바른 길을 중도라고 하며, 중도에 대한 바른 지혜를 ‘중관(中觀)’이라고 한다. 중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양시론이나 양비론이 아닌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공동체적 삶을 제시하는 가르침이다. 어중간한 회색이 길이 아니라 가장 선명한 파사현정의 대도大道이다.
우주의 실상(實相)은 대립의 소멸과 그 융합에 있습니다. 시비(是非)가 융합하여 시(是)가 즉 비(非)요, 비(非)가 즉 시(是)이며, 선악(善惡)이 융합하여 선(善)이 즉 악(惡)이요, 악(惡)이 즉 선(善)이니 이것이 원융무애한 중도(中道)의 진리입니다.<성철, 1982년 부처님 오신날 법어>
2) 기독교
일반인들은 성배를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에 이 잔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성배란 무엇인가? 원탁의 기사들이 그토록 애써서 찾아 헤맸던 성배란 무엇일까요? 그들의 성배,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줄 영감과 지식이 아닐까요? 사실 영감과 지식은 좀처럼 한 사람 안에서 화합하기 힘든 자질입니다. 만약 그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구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온전한 인간, 전인(全人)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볼프람에 따르면, 이러한 성배를 가져온 이가 중립적인 천사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성배가 신에게도 악마에게도 속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성배는 선과 악, 천상과 지상, 영원과 순간, 세속과 영성이라는 대립물 사이의 중도(中道)를 뜻합니다.<류가미의 문예기행>
3) 유교
‘논어 요왈(論語 堯曰)’에서 『윤집기중(允執其中), ‘마땅히 그 중도를 지키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中은 양쪽 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끝을 긍정하며 지양(止揚)된 융합을 뜻하며, 곧 중용을 표현하는 말이다. 음양(陰陽)·강유(剛柔)·역순(逆順)·향배(向背)·이합(離合)등 모두가 양쪽 끝의 합이다. 양쪽 끝은 대립되어 있으면서도 상호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 끝으로도 기울지 않고, 서로를 부정하지 않으며, 상호전화(相互轉化)된 균형을 지키라는 뜻이다. 중용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인의예지성(仁義禮智聖- ‘곽점초간’에서 ‘오행(五行)’ 이라함) 의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는 “중용(中庸)의 도”를 유가사상의 핵심으로 본다. “중용”은 곧 “중화”(中和)로 이해될 수 있는 개념이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중”(中)이며 나타나되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가 “화”(和)이다. 그러므로 중과 화의 두 개념은 희노애락의 전후 상태에 각기 적용되는 것일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나오는 “golden mean”을 “중용”으로 번역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공자의 중(中)의 개념과는 무관하지만 화(和)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인간의 기질적 특징이 작용할 때 과다하거나 부족하지 않는 상태, 예컨대 만용을 부리거나 비겁하지 않는 상태의 것을 용기라고 하듯이 실천적 행위가 덕성(virtue)을 가지게 하는 조건이다.
불교의 중도는 양 쪽 끝을 모두 버림으로써 궁극적으로 역동적 융합을 이루고 유교의 중용은 양쪽 끝을 긍정하며 지양(止揚)된 융합을 추구한다. 서양철학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은 인간의 실천적 이성이 작용하는 원리로서 인간의 행위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음을 의미한다.<다음호에 계속>
공명연구소장, 경영학박사 /조영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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