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테르’라는 필명(筆名)으로 더 유명한 작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는 프랑스의 파리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공증인(公證人-공정증서의 작성 사무를 처리하는 자)으로 전형적인 부르주아(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시민혁명의 주체가 된 계급)였다.
그러나 계몽기의 지도적인 자유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볼테르(1694년-1778년)는 언제 어디서, 누구의 아들로 태어났는지조차 분명하게 알 수 없다는 설이 있다. 다만 그가 태어나자마자 도저히 살아날 가망성이 없다고 여긴 산파(아이를 낳을 때 산모를 도와주는 여자)가 서둘러 세례를 주었고, 이 때문에 훗날 정식으로 세례를 받는 데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올뿐이다.
어린 시절에는 예수회 학교를 다녔는데, 이때 그를 가르친 신부들은 “총명한 아이이긴 하지만, 비상한 악동(惡童-행실이 나쁘거나 장난이 심한 아이)”이라고 평가했다. 졸업 후에 볼테르는 아버지의 권유로 잠깐 법률 공부를 했다. 하지만 곧이어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여러 살롱(상류 가정의 객실에서 열리는 사교적인 모임)에 출입하면서 타고난 재치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볼테르의 주된 적(敵)은 교회였다. 그는 이성 종교(‘하나님의 존재는 논증에 의해 증명될 수 있다’고 주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역사상에 나타난 타락한 기독교를 공격하였다.
그에 의하면, 지금의 모든 교회는 우매한 민중에게서 돈과 명예를 빼앗아간다. 그러므로 모든 이성적인 인간은 그러한 파렴치를 타도하기 위해 총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테르는 끊임없이 성직자들과 싸웠다. 그뿐 아니라 교회에 무조건 복종하는 속된 권력자들과도 다투면서 살아야 했다. 1717년, 볼테르는 당시 실권자로 군림하던 오를레앙을 비방하는 글을 썼다는 죄목으로 바스티유 감옥에 갇힌다.
오를레앙으로 말할 것 같으면, 프랑스의 절대군주인 루이 14세가 사망한 후, 고등법원에 가서 황제의 유언을 취소하고, 스스로 섭정(攝政-군주를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여러 가지 업적을 이룩하기도 했으되, 공공연한 무신론자로서 첩을 100여 명이나 거느리는가 하면 가톨릭 축제 기간 중 흥청망청 술자리나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이기도 하였다. 또한 그가 경제책임자로 기용한 ‘존 로’라는 사람은 돈을 함부로 찍어내고 투기를 확대하여 경제공황을 불러왔던 바, 이로 인하여 프랑스 사회는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비방하였다 하여 갇히긴 했으되, 볼테르는 감옥에 있는 동안 집필한 희곡(연극의 대본)으로 출옥한 다음 큰 성공을 거두고 명성까지 얻게 된다. ‘아루에’라는 본 이름 대신 ‘볼테르’라는 유명한 필명을 쓰게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문학적 성공과 사교계의 명성으로 기고만장해진 볼테르, 그러나 그의 화려한 인생은 1726년에 벌어진 한 사건 때문에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그의 명성과 교만을 못마땅해하던 어느 귀족과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상대방의 하인들에게 몰매를 맞았던 것.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볼테르는 결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고작 평민 주제에 귀족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또다시 바스티유 감옥에 들어가고 만다. ‘당분간 프랑스를 떠나 영국으로 가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곧바로 풀려나긴 했지만. 여러 가지 풍자적인 시구(詩句)로 인하여 당시의 권력자들과 충돌을 빚었던 볼테르는 어느 곳에서도 조용하게 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마치 전염성 세균 대하듯 했으며, 틈만 나면 헐뜯고 비난하고 외국으로 추방하였다.
광주교대교수, 철학박사.소설가 /강성률 교수
다음기사 : 
